한자 실력이 국어 실력이다
한자에서 국어의 神난다
이무섭 지음 | 판형 162*230, 312면
분야 인문 | 발행일 2012년 4월 12일
ISBN 978-89-97222-08-7 13710 | 값 13,800원
한자 위기가 우리말의 위기를 초래한다
국어의 달인을 만드는 한자의 비밀노트!
“홀홀단신 새터민 40대女, 첫월급 이웃돕기 기탁”
올해 3월에 뜬 인터넷 기사의 타이틀이다.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아주 중대한 오류가 있다. 바로 ‘홀홀단신’이다. 외로운 처지, 혼자임을 강조할 때 쓰이기 때문에 ‘홀로’의 ‘홀’을 써 ‘홀홀단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틀린 말이다. 대신 ‘외로울 혈(孑)’을 써서 혈혈단신(孑孑單身)이라고 해야 맞다.
최근 인터넷 기사는 물론이고 TV 방송, 신문, 책 등을 가리지 않고 이런 식으로 틀린 줄도 모르는 틀린 말이 범람하고 있다. 올바른 우리말 전파에 가장 앞장서야 할 곳에서 오히려 틀린 말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틀린 말을 검색하면 이런 말들이 바른말만큼, 혹은 바른말보다 더 많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제가 용이한 인터넷의 장점이 오히려 잘못된 말을 전파하는 양날의 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단순한 한글 맞춤법의 오류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문제가 많다. 순우리말이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 이와 같이 한자어를 구성하는 한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밑받침되지 않아 생기는 오류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경우도 외로울 혈(孑)을 알았다면 틀리지 않을 수 있었던 문제이다. 그러나 국어순화 정책의 일환이었던 한글 쓰기 운동 이후 공연히 한자를 버리고 한글만 취하다 보니 단어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오히려 이처럼 한자를 몰라 한글 맞춤법까지 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이루어진 이상, 한자를 우리말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말을 안정적인 반석에 놓기 위해서는 한자까지 익혀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올바른 우리말과 한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각종 입사시험은 물론, 대학 입시에까지 한자 관련 시험이나 우리말 시험이 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자는 한자대로, 우리말은 우리말대로 나눠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말의 상당수가 한자어이고, 우리가 한자문화권인 이상 둘을 따로 보기보다는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책은 이처럼 한자와 우리말을 한자어라는 공통분모로 묶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우리말이나 한자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 시험이나 입시를 위해 우리말과 한자 공부가 필요한 이들은 물론이고, 아나운서나 기자와 같이 바른 우리말 전파에 앞장서야 하는 직업의 종사자까지 모두 꼭 한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한자를 외국어라고 생각하고 멀리하는 대다수의 젊은 세대에게 우리말에 녹아 있는 한자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하여, 한자 역시 우리말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우리말의 깊은 맛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한자도 잡고, 우리말도 잡고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신나게 한자를 배워 국어의 달인이 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매일 한자 공부를 한다. 한자가 우리말 실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학교 학생들은 ‘극피(棘皮)동물’과 같은 어려운 한자어를 보고서도 ‘가시 극’과 ‘가죽 피’를 통해 금세 ‘불가사리’를 떠올릴 만큼 어휘력이 늘었다.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내 한자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꾸준한 한자 학습이 학생들 어휘력이 높여지고, 고전문학도 쉽게 이해하며, 탐구영역의 어려운 한자어도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한자 실력이 국어 실력도 높여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이와 같이 한자와 우리말을 따로 보지 않고, 한자어를 통해 함께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먼저 문제와 클리닉을 통해서 잘못 쓰고 있는 한자어를 제시하여 우리말 실력을 바로 잡아준다. 단순한 맞춤법 오류에서부터 동어반복까지 다양한 우리말 오류를 사례로 실었다. 또한 단편적인 정답 제시에서 벗어나 왜 틀리고 맞았는지 한자를 통해 단어의 의미와 유래를 밝혀 풀이함으로써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이해하여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알아두기에서는 한자어에 사용된 한자의 음과 뜻은 물론 활용예를 제시하고, 특히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한자 암기는 파자법을 활용해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리해놓았다.
『한자에서 국어의 神난다』는 책이름처럼 한자를 공부하면서 국어의 ‘신’도 나서 ‘神’이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시험, 한자시험, 입사시험 준비를 위한 필독서!
대입 논술, 치열한 취업 관문을 뚫는다!
한자와 우리말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지적욕구를 떠나서 실질적인 문제를 이유로 공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18만 명이 국가공인 한자자격시험을 치렀다. 2005년 첫 시험 당시 1,000명 남짓 응시했던 것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달라진 한자의 위상을 보여준다. 더구나 대학 입시 자료로도 한자가 활용되어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종 대입에서 이제 빠질 수 없게 된 논술 시험에서 우리말의 어휘력과 올바른 맞춤법은 합격과 불합격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입사시험에서도 우리말에 대한 문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시험 대비서들은 단편적인 정보 전달에 치중해서 정보의 양은 많지만 막상 공부하려고 하면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끝없이 나열된 한자나 우리말을 다 외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험에 단골로 등장하는 한자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시험 대비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에서는 잘못된 우리말 맞춤법으로 이어지기 쉬운 한자어, 2장에서는 참뜻을 오해하기 쉬운 한자어를 다루었다. 3장은 동음이의어 한자의 구분 방법, 4장은 상용한자를 쓸 것 같지만 쓰지 않는 한자어, 5장은 한자어에 숨겨진 철학을 다루었다.
대부분 자주 사용하지만 막상 맞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쉽게 고르지 못하는 것들로, 헷갈리기 쉬운 글자와 함께 나란히 문제로 내어 독자가 읽고 비교하기 쉽게 해놓았다. 실제로 시험에 출제되었던 한자의 경우에는 따로 출제 정보도 표시해놓아 기출문제 정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종 우리말, 한자시험이나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추천사
젊은이들에게 주체성, 전문성,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이른바 “주전자를 채우라”고 말하곤 한다. 또 결혼을 하려거든 ‘지금 결혼해서 행복할까’보다 평생을 해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꼼꼼히 따지라고 하면서 ‘해로(偕老)’는 일생을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국어 덕에 방송사에 입사해 지금에 이른 내가 풀어낸 이런 말들은 결국 한자라는 국어 속 어휘를 살려낸 것이다. 오늘이 살아 있는 날 가운데 가장 젊은 날인 모든 젊은이들이 이 책을 만나 한자와 국어, 그 속속의 면면을 통찰하기를 강권한다.
__ 주철환|前 OBS 사장, 이화여대 교수
방송기사는 신문기사와 달라 글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제한된 뉴스 시간 때문에 방송기사는 ‘주저함’, ‘애매함’ 특히 ‘난해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귀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도 귀에 닿을 때는 말을 배우는 아이와 대화하는 엄마처럼 따뜻해야 한다. 그래야 한번 스쳐 들어도 이해할 수 있다. 일물일어(一物一語), ‘하나의 현상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단어는 단 하나뿐’이라는 고민 끝에 고른 단어로 채운 기사의 힘이다. 지금도 취재 현장을 뛰고 있는 저자가 허투루 쓰이는 한자어 하나라도 바로 알리기 위한 소명감에서 쓴 것이 이 책이다. 나도 교과서처럼 끼고 살아야겠다.
__ 왕종명|MBC 기자, 前 뉴스데스크 앵커
본문 속으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게서 받아야 하는 것은 보상(補償)이 아니라 배상(賠償)이다. 補償(보상)은 일반적으로 被害補償(피해보상)과 같이 쓸 수 있지만, 정부 행정에 관한 사항이나 법적인 사항에 쓸 경우 ‘정부가 적법한 절차를 따랐지만 어쩔 수 없이 국민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이것을 금품으로 갚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일본 정부에 ‘손해보상 하라’라고 말하면 ‘종군 위안부’, ‘강제징용’ 따위 만행은 졸지에 ‘합법’이 되어버린다. 배상이라고 해야 할 것을 보상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賠償(배상)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쪽이 그 권리를 금품으로 갚는 것’을 말한다. ‘남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말은 ‘법을 어겼다’는 뜻을 포함한다. 따라서 정답은 (A)로, ‘보상’이 아닌 ‘배상’이라고 해야 비로소 과거 일본의 행위가 不法(불법)이 된다. 無識(무식)은 親日(친일)을 낳는다.
_배상과 보상, 22쪽
수련은 물에서 핀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러니 水(물 수)를 써서 水蓮(수련)이라고 한들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함정은 이런 곳에 도사리고 있다. 한자를 어느 정도 익힌 사람도 수련의 ‘수’가 水(물 수)가 아닌 睡(잠잘 수)를 쓴 (A)가 정답인 것을 알면 깜짝 놀라고는 한다.
수련이 ‘잠꾸러기’ 꽃이 된 데는 시간에 따라 꽃봉오리를 오므렸다, 벌렸다 하는 수련의 습성과 관련이 있다. 수련은 여느 꽃처럼 밤이나 낮이나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아침에 보려고 가면 아직 봉오리를 틔우지 않은 것이 있고, 점심 뒤에 살펴보면 이미 봉오리를 닫은 것도 있다. 아무 때나 찾아간다고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니 수련은 참으로 자존심 센 미인 같은 꽃이다.
_물 위의 꽃이 아닌 잠꾸러기 연꽃, 82쪽
원래 야단법석은 ‘야외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자리’라는 의미였다. 과거 불교가 태동하면서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하는 설교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한정된 방 안에서 강연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야단법석’이다. 야외(野外)에 단(檀)을 쌓고 불법(佛法)을 이야기하던 자리(席)라는 의미이다. (…중략…)
저자소개
이무섭
한자와 방송을 사랑하는 10년차 기자이다. 현재 OBS에서 아침 뉴스 앵커를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지만 분자 구조 분석보다 한자 구조 분석에 더 관심을 두면서 공학계 이단아가 되어 어찌어찌 방송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회와 국제 분야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방송기자로 활동했지만 자신이 아닌, 세상에 좋은 일을 한 게 무엇이 있는지 고민만 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는 신명을 다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한자에 눈뜨고 반년 만에 한국어문회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 합격했다. 최근에는 보도 기사문에 넘치는 일본어 잔재, 수동과 피동형 문장 말려 죽이기를 사명으로 알고 우리말다운 기사문 쓰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중일 갑골문과 금석문 연구 그리고 각 언어별 발음체계 유사성에 숨은 고대사 연구에 첫걸음을 떼고 있다.
팟캐스트 주소 : museoblee.ibl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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