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숙 지음 | 판형 152×215 |면수 232면
분야 역사, 한국사 | 발행일 2020년 7월 1일
ISBN 979-11-86578-84-1 03910 | 값 15,000원


■ 책 소개

왕의 사랑을 받고, 왕을 낳았지만
결코 왕비가 될 수 없었던 칠궁의 후궁들을 만나다

세상사를 비롯 역사에서도 누군가 망하면 누군가는 흥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 왕비가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낳지 못하면 후궁이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 다음으로 큰 사당이 칠궁이다. 칠궁에는 조선의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7명 후궁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들은 왕이 끔찍이 사랑했던 후궁들로 왕을 낳았지만 끝내 왕비에는 오르지 못한 비운의 여인들이다. 그래서 이들 후궁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왕을 낳은 후궁들은 살아서는 왕을 낳지 못한 왕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왕 곁에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의 사랑을 받았다 해도 죽어서는 왕비가 아닌 이상 왕 곁에는 얼씬도 못했다. 신주도 왕 곁에 모셔질 수 없었다. 국법이 왕보다 무서웠으니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살아서는 가장 행복했을지도 모를, 그러나 왕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설움을 간직한 채 잠들었을 이들 칠궁의 후궁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 출판사 서평

종묘 다음으로 큰 사당 칠궁
왕을 낳은 7명 후궁들의 신주를 모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훈정동 1-2번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 다음으로 큰 사당이 바로 칠궁이다. 칠궁은 조선의 왕을 낳은 7명의 후궁들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들은 왕이 끔찍이 사랑했던 후궁들로 왕을 낳았지만 끝내 왕비에는 오르지 못했다. 왕의 어머니로만 만족해야 했던 7명의 후궁들 신주가 모셔져 있는데 서울특별시 종로구 궁정동 1-1번지로 청와대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칠궁은 원래 제21대 왕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육상궁 자리였다. 무수리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 그녀는 숙종의 후궁이 되어 조선의 최장수 왕이자 최장기 집권왕이었던 영조를 낳았다. 어찌 보면 왕을 낳은 후궁들 7명은 영조와 어머니 숙빈 최씨의 덕을 본 셈이다. 숙빈 최씨의 사당이 있던 자리로 모두 옮겨와 오늘날에도 대접을 받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 후 육상궁은 1908년 7월 23일 왕과 추존왕의 생모 5명의 신주들을 모아 봉안하면서 육궁이 되었다. 먼저 1870년에 영조의 제1후궁 정빈 이씨의 연호궁이 옮겨와 육상궁과 합사되었고, 1908년에는 칠궁에서 가장 선배인 선조의 제2후궁 인빈 김씨의 저경궁과 더불어 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의 대빈궁이 입주하였다. 이어서 영조의 제2후궁 영빈 이씨의 선희궁, 정조의 후궁 수빈 박씨의 경우궁이 옮겨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29년 고종의 후궁 순헌황귀비 엄씨의 덕안궁이 옮겨와 칠궁이 되었다.
칠궁에 신주를 모신 왕을 낳은 후궁들 7명은 그나마 행운이다. 왕비가 낳지 못한 왕을 낳았으니 하는 말이다. 그래도 그들은 왕비가 되지 못한 것이 억울해 죽어서도 잠 못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낳은 아들이 왕이 된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왕비보다 왕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은 물론이다. 반면 왕비들은 왕을 낳은 후궁들로 인해 허구한 날 눈물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후궁의 몸으로 왕의 어머니가 된 것만 해도 행운 중의 행운이요, 영광 중의 영광일 것이다.

누군가 망하면 누군가는 흥한다
적자가 아닌 서자가 왕이 되다

왕비가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낳지 못하면 후궁이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제1대 왕 태조부터 제13대 왕 명종까지는 계속 왕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적자가 왕위를 이었다. 그런데 명종이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적자만이 물려받던 왕위를 후궁이 낳은 서자가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 사이에 순회세자가 태어났지만 13세에 요절하는 바람에 적통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더 이상 왕비에게서 왕자가 탄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명종이 서자들에게 희망의 물꼬를 터준 셈이다.
명종이 세상을 뜬 뒤 제11대 왕 중종과 그의 후궁 창빈 안씨 사이에서 태어난 덕흥대원군의 3남 하성군이 제14대 왕 선조로 즉위하게 되었다. 적통에서 방계 혈통인 서손이 왕위를 잇게 되었다. 서자도 아닌 서자가 낳은 아들, 서손이 왕위를 물려받게 된 것이다.
명종에 이어 방계 혈통으로 왕위에 오른 선조도 적통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선조에게는 유일한 적자로 영창대군이 있었다. 하지만 선조가 세상을 떠날 때 영창대군의 나이가 3세밖에 안 되어 왕위를 이어받지 못했다.
선조의 원비 의인왕후 박씨는 아예 자녀를 낳지 못하는 석녀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계비로 맞이한 인목왕후 김씨가 고맙게도 선조의 적자로 영창대군을 낳았다. 그러나 영창대군이 너무 어린 나이에 선조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적자에게 왕위를 이어주려던 선조의 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결과 선조의 제1후궁 공빈 김씨의 소생인 광해군에게 왕의 자리가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서자였던 광해군이 가까스로 34세의 나이에 선조의 뒤를 이어 조선의 제15대 왕이 되었다.
하지만 1623년 3월 선조의 또 다른 후궁 인빈 김씨의 아들 정원군의 맏아들 능양군이 반정을 주도하여 이복 삼촌인 광해군을 몰아내고 제16대 왕으로 등극하였다.
그로 인하여 선조의 제1후궁으로 광해군을 낳은 공빈 김씨는 실제 왕의 어머니가 되어 좋았다가 말았고, 선조의 제2후궁 인빈 김씨는 손자인 인조 덕에 추존왕의 어머니가 되어 종묘 다음으로 큰 사당인 칠궁에 신주가 모셔지게 되었다. 그녀의 손자가 왕이 되면서 아들 정원군이 추존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사를 비롯 역사에서도 누군가 망하면 누군가는 흥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 그야말로 광해군의 어머니 공빈 김씨는 망하고, 추존왕 원종의 어머니이자 인조의 할머니인 인빈 김씨는 흥하게 되었다. 광해군을 낳은 공빈 김씨는 아들 광해군이 폐위된 후 복위되지 못한 채 죽는 바람에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칠궁의 공간은 좁다
하지만 후궁들의 삶은 무엇보다 흥미롭다

조선의 왕비들 이야기 못지않게 왕을 낳은 후궁들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비록 칠궁의 공간은 좁지만 왕을 낳고도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들의 사연은 왕 곁에 신주가 나란히 모셔진 종묘의 왕비들 사연 못지않은 것이다. 어쩌면 왕을 낳아 왕의 어머니가 되었으면서도 왕비는커녕 죽어서도 왕 곁에 잠들 수도 없었던 후궁들의 이야기가 왕비들보다 더 흥미진진할지도 모르겠다. 칠궁에는 광해군의 어머니 공빈 김씨가 가장 웃어른이 될 뻔했는데 광해군이 폐위되는 바람에 신주조차 모셔지지 못했다. 대신 선조의 후궁인 인빈 김씨가 제일 어른이 되어 저경궁에 신주가 자리하고 있다. 칠궁에 신주가 모셔질 뻔했던 광해군의 어머니이자 선조의 제1후궁 공빈 김씨의 이야기도 왕을 낳은 후궁들 이야기에 포함시켰다.
칠궁에 신주가 모셔져 있는 7명의 후궁들 중 유일하게 왕비의 자리에 올랐던 후궁이 있다. 바로 희빈 장씨다. 그러나 그녀는 온갖 비행으로 끝내 폐비가 되어 후궁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나마 연산군의 어머니처럼 서인으로 강등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다. 희빈 장씨 이후에는 후궁은 다음 보위를 이을 왕을 낳았어도 결코 왕비에 오를 수 없었다. 희빈 장씨의 악행에 질려버린 숙종이 아예 국법을 고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왕비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왕비의 자리를 넘볼 수 없었고 후궁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후궁의 몸으로 왕을 낳았지만 왕비가 되지 못했던 칠궁의 여인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본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본문 속으로

조선왕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맏아들인 장남이 있어도 차남이 왕위를 이어받은 경우가 많았다. 27명의 조선왕들 중 맏아들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인조, 현종, 숙종, 경종, 헌종 등 9명뿐이다. 이들 중 적자는 7명이다. 세종은 셋째 아들로 왕위를 이어받은 후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장남이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일찌감치 자신의 장남 문종을 세자로 책봉하였다. 그러나 세월을 거듭하면서 장남은커녕 적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도 어려웠다. 생각보다 많은 왕비들이 왕자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빈 김씨가 낳은 아들 중 차남인 광해군이 왕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왕을 낳았지만 칠궁에 들지 못한 비운의 후궁> 중에서

중인 집안 출신으로 궁녀가 되어 입궁한 장씨는 희빈에 오른 것만 해도 영광이었을 텐데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급기야 희빈 장씨는 숙종의 제1계비인 인현왕후 민씨를 모함하여 몰아내고 왕비의 자리에 오르고자 했다. 당시 숙종은 그녀에게 푹 빠져 헤어나지를 못했다. 숙종은 희빈 장씨를 빈으로 승격시킨 다음 왕자도 낳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있던 제1계비 인현왕후 민씨를 폐위시켰다. 그리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책봉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2명의 왕비가 낳지 못한 아들을 낳음으로써 궁녀에서 왕비까지 초고속으로 신분 상승하였다. 궁녀 출신이 왕비에 오른 경우는 희빈 장씨가 처음이었다.

-<궁녀에서 왕비까지 초고속 승차한 후궁> 중에서

숙빈 최씨가 낳은 3명의 아들 중 영조만 홀로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열 아들 부럽지 않을 그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어도 하나 남은 아들 영조는 왕의 자리에 올라 조선의 군주 역할을 늠름히 해나갔다. 영조의 재위 기간이 52년에 가까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519년 동안 이어진 조선의 역사 중 영조가 10퍼센트 가량을 만들어냈다. 영조는 명도 길어 다른 왕들의 2배 이상을 살았다. 그가 83세에 생을 접었으니 하는 말이다.

-<무수리 출신으로 최장수 왕을 낳은 후궁> 중에서

수빈 박씨는 왕을 낳아 칠궁에 신주가 모셔진 후궁들 중 유일하게 정식으로 간택을 통해 후궁으로 책봉된 왕의 여인이다. 나머지 6명은 모두 궁녀 출신으로 왕의 승은을 입으면서 후궁 자리에 오른 여인들이다. 궁녀 출신이 실제로 왕비의 자리에 오른 경우는 희빈 장씨뿐이지만 궁녀 출신이 후궁이 된 사례는 많았다. 그 궁녀 출신의 후궁들이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른 경우도 많다. 왕을 낳지 못한 왕비들이 오히려 그들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삼간택 거친 성품 온화한 후궁> 중에서

인빈 김씨는 참으로 운이 좋게 추존왕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의 아들 정원군이 중종의 아들 덕흥군처럼 대원군에 추숭되었다면 후궁인 창빈 안씨처럼 대원군의 어머니가 되었을 뿐 신주는 칠궁에 모셔지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인빈 김씨는 손자를 잘 둔 덕분에 후세까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인생의 만추를 맛본 후궁> 중에서

양자로 입적된 정조가 1776년 왕이 되자 정빈 이씨는 하루 아침에 왕을 낳은 어머니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에 따라 정빈 이씨에게는 온희라는 시호와 수길원의 원호, 연호궁의 궁호가 추상되었다. 정빈 이씨는 아들을 낳고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죽은 후 그녀의 신분은 수직 상승을 거듭하여 추존왕의 어머니에, 왕의 할머니까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지아비인 영조의 명에 의해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된 덕분이다.

-<꽃대궐 구경도 못하고 세상 뜬 후궁> 중에서

■ 지은이

홍미숙

1959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나 1995년 수필 <어머니의 손>으로 문단에 데뷔하면서 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신문을 비롯한 여러 문학전문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출판한 작품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영광도 차지했으며, 교보문고에서 ‘화제의 신간’으로 선정되어 몇 달 동안 특별 전시 판매되었고, ‘부모님을 위한 사랑 가득한 도서’와 ‘일상의 행복을 찾아서’란 테마북으로도 선정·판매되었다. 무엇보다 전국수능모의고사와 외고입시 문제 등에 작품의 전문이 실리면서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2003년부터 국정교과서에 이어 검인정교과서(중학교 3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작품 〈신호등〉이 수록되었다.
KBS <주부 세상을 말하다>라는 생방송 프로에서 작가로서의 행복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친 바 있다. 요즘은 역사공부를 하면서 역사책을 쓰고 있으며, 일반 독자와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및 도서관, 평생학습원, 국방부 등에서 조선왕조 이야기와 수필 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수필집으로 《그린벨트 안의 여자》, 《추억이 그리운 날에는 기차를 타고 싶다》, 《마중 나온 행복》, 《작은 꽃이 희망을 피운다》, 《희망이 행복에게》, 《나에게 주는 선물》, 《웃음꽃 피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너에게》 등이 있으며 역사책으로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의 여인들》, 《사도,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조선이 버린 왕비들》,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이 있다.

 

■ 목차

글을 시작하며 - 왕이 끔찍이 사랑한 왕을 낳은 8명의 후궁들을 만나다


1부 실제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왕을 낳았지만 칠궁에 들지 못한 비운의 후궁
공빈 김씨(제14대 왕 선조의 후궁) | 제15대 왕 광해군의 어머니

궁녀에서 왕비까지 초고속 승차한 후궁
대빈궁의 희빈 장씨(제19대 왕 숙종의 후궁) | 제20대 왕 경종의 어머니

무수리 출신으로 최장수 왕을 낳은 후궁
육상궁의 숙빈 최씨(제19대 왕 숙종의 후궁) | 제21대 왕 영조의 어머니

삼간택 거친 성품 온화한 후궁
경우궁의 수빈 박씨(제22대 왕 정조의 후궁) | 제23대 왕 순조의 어머니


2부 추존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인생의 만추를 맛본 후궁
저경궁의 인빈 김씨(제14대 왕 선조의 후궁) | 추존왕 원종의 어머니


꽃대궐 구경도 못하고 세상 뜬 후궁
연호궁의 정빈 이씨(제21대 왕 영조의 후궁) | 추존왕 진종의 어머니

손자에게 죄인이 된 후궁
선희궁의 영빈 이씨(제21대 왕 영조의 후궁) | 추존왕 장조의 어머니

민비를 배신하고 승은을 입은 후궁
덕안궁의 순헌황귀비 엄씨(제26대 왕 고종의 후궁) | 영친왕의 어머니


부록

1 <조선왕계도>
2 <조선왕릉 42기>
3 <조선의 원 14기>
4 <조선의 대원군 묘 3기 >
5 <태조의 4대조 왕릉 4기>
6 <조선왕릉 상설도>

참고문헌

소소하지만 단단하게

배연국 지음 | 판형 130×190 |면수 272면
분야 에세이 | 발행일 2020년 1월 2일
ISBN 979-11-86578-81-0 03180 | 값 14,000원

■ 책 소개

“소확행이 무엇인고? 소확행을 찾아오너라”
천사들이 전하는 ‘인생 우화’ 28가지 이야기

손바닥 안에서 세상을 보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 비행체까지 개발한 오늘날 우리 인간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가진 것은 늘었으나 마음은 가난해졌고, 지식은 많아졌으나 지혜는 줄었고, 수명은 늘었으나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상회의를 소집했다. 수많은 천사들 중에서 스물여덟 명이 대표로 긴급회의에 참석했다.
“내가 인간을 창조한 것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니라. 그런데 행복하기는커녕 불행하다고 느끼는 인간들만 자꾸 늘고 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너희들은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한 가지씩 찾아오너라.”
신의 명령을 받은 스물여덟 명의 천사들은 지구별로 향했다. 천사들에게는 각자 천일의 기간이 주어졌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의 직업을 갖고 인간으로서 생활을 했다. 그들은 신이 약속한 기한 동안 자신들이 발견한 ‘소확행(小確幸)’을 보따리에 담아 천상으로 귀환했다.
신은 소확행의 지혜들을 4개의 상자에 담았다. 천사들이 고난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구별에서 채록한 지혜의 보따리인 셈이다.
이 책은 천사들이 인간 세상의 소확행을 찾으러 가는 여정과 그들이 찾아낸 지혜의 보따리를 ‘인생 우화’의 형식을 빌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천사들이 찾은 인간의 소확행은 무엇일까. 인간의 삶과 허구를 꿰뚫는 진실과 교훈,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보자.

 

■ 출판사 서평

당신의 삶이 팍팍한가? ‘소소하지만’ 그 속에서 진실과 마주하라!
여기 지혜의 보따리가 있다! ‘단단하게’ 행복한 삶을 꿈꾸라!

인간은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 신께서는 자신의 자녀들이 온전한 기쁨을 누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언제나 팍팍하기만 하고 늘 부족하기만 했다.
‘나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물질적 풍요가 넘치고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던 질병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왜 불행의 늪에 빠지는 인간들이 늘고 있는가?’
신의 고뇌는 더욱 깊어졌다. 신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천상회의를 소집한다.
“이제 방향이 정해졌느니라. 너희들은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한 가지씩 찾아오너라. 그런 지혜들을 널리 전파한다면 인간이 더 행복해지지 않겠느냐. 자, 떠나거라.”
신의 명령을 받은 스물여덟 명의 천사들은 지구별로 향했다. 천사들에게는 각자 천일의 기간이 주어졌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의 직업을 갖고 인간으로서 생활을 했다. 인간처럼 희로애락을 갖고 인간의 입장에서 진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천사들은 지구 곳곳을 돌아다녔다. 가끔 어른이나 아이로 변하거나 투명인간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고귀한 신분에서부터 미천한 거지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가리지 않고 만났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인간까지 만나 행복의 지혜를 구했다. 그들은 신이 약속한 기한 동안 확실한 행복을 ‘소확행(小確幸)’의 보따리에 담아 천상으로 귀환했다.
신은 천사들이 가지고 온 보따리를 차례로 풀었다. 이야기를 읽어가던 신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음성은 감동으로 가늘게 떨렸다.
“너희들이 행복의 씨앗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겠구나! 여기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행복의 길잡이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간들이 이것만 숙지한다면 불행의 늪에서 헤쳐 나올 수 있을 것이야.”
신은 소확행의 지혜들을 4개의 상자에 담았다. 첫 번째 상자에는 Attitude라는 표지를 붙였다. 자기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두 번째 상자에는 ‘존재’를 의미하는 Being이 부착되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상자엔 ‘좋은 접촉’을 뜻하는 Contact, ‘내려놓음’의 Disburdening이란 글귀가 씌어졌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상자에 담긴 소확행 이야기들이다. 천사들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구별에서 채록한 28가지 지혜이다.
이 책은 천사들이 찾은 28가지 지혜의 보따리를 ‘인생 우화’의 형식을 빌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우리가 일상에서 알고 있는 ‘소소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인간 삶의 허구를 꿰뚫어 그 속에 담긴 진실과 교훈을 ‘단단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도 있지만 작가의 상상으로 그려낸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천사들도 신화와 별자리 설화들을 재가공한 것이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이 들지? 토끼가 힘들까, 거북이가 힘들까?
당신의 행복이 1cm쯤 더 자라기를 소망한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인생은 절대 녹록지 않다. 인생(人生)에서 生의 글자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는 모습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슬아슬한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삶은 토끼처럼 출세가도를 질주하는 사람이나 거북이처럼 굼뜬 사람이나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거북이가 보기엔 토끼는 힘 하나 안 들이고 달리는 것 같지만 빨리 달리느라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견뎌야 한다. 토끼가 보기에는 굼벵이처럼 움직이는 거북이는 게으르고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거북이도 평생 무거운 등딱지를 지고 가느라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이런 힘든 인생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여기 아프리카 원주민 일화에 해법이 있다. 미국 선교사가 포교를 하기 위해 원주민 마을을 찾았다. 마을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비가 온 후라서 물살이 제법 거칠었다. 그런데 강을 건너는 원주민들의 모습이 매우 특이했다. 저마다 큰 돌을 머리에 이거나 가슴에 안는 것이다.
선교사는 ‘그냥 건너면 쉬울 텐데 굳이 무거운 돌을 안고 건너나?’라고 생각했다. 선교사에게도 돌을 하나 주기에 마지못해 받았다. 그는 강을 중간쯤 건너고서야 그 연유를 깨달았다. 돌이 없으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각자 자기 삶의 무게를 지고 강을 건너는 것이다. 인생의 강은 눈에 보이는 강보다 훨씬 물살이 세고 아득하다. 거친 세파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각자 무거운 돌을 하나씩 안아야 한다. 만약 고난과 시련으로 삶의 무게가 무겁다면 원망하기보다는 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를 단단히 지탱해주는 것으로 여길 일이다. 이런 긍정의 자세로 고난에 대처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유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행복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너무 거창하고 화려한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고 지금 내 손에 있는 것에 만족한다면 행복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부디, 이 책을 덮었을 때 당신의 행복이 1cm쯤 더 자라났기를 소망한다. 당신은 그런 행운을 가질 자격이 있다.

 

■ 본문 속으로

괴테는 “저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간이역’이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바쁘게 살면 ‘행복의 간이역’을 놓치기 쉬우니 삶의 속도를 늦출 것을 당부했어요. 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바쁘게 사느라 간이역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인생에서 진짜 기쁨을 누린 시간은 17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본문 <프롤로그> 중에서

아담하게 꾸며진 가게가 천사의 시야에 들어왔다. 노란 출입문에 이런 글귀가 씌어 있었다.
‘당신만큼 괜찮은 사람 난 못 봤어
그러니까 늘 당당하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문구가 천사의 가슴에 쿵 하고 박혔다. 그동안 스스로 괜찮은 천사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천사는 살며시 문을 열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본문 <나도 왕이다!> 중에서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지. 그 많은 별들 중에서 나에게 새소리를 들려주고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차려주는 별은 지구 하나뿐이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교, 얼마나 많은 지식과 물건들이 있나? 그런데도 행복하지 못한 것은 우리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일 걸세.”
“맞아! 조금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행복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우리가 매일 기쁘진 않지만 기쁜 일은 항상 주위에 있지.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야.”
-본문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중에서

“제 엄마가 아빠와 싸우면서 30년 전의 일까지 끄집어내는 걸 보았어요. 엄마는 그 긴 세월 동안 뜨거운 석탄을 가슴에 담아놓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마음속에 분노와 미움을 간직하면 자신이 가장 괴롭습니다. 분노와 미움이 있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없고 행복에서 멀어집니다. 1분간 화를 내면 1분 동안 행복이 증발됩니다.”
분노는 마음속의 폭군이다. 평소에는 내가 폭군을 조종하지만 분노하면 그 폭군이 되레 나를 조종한다. 지금 화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면 분노의 파편이 서로에게 날아가지 않도록 당장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알래스카 이누이트족은 화가 나면 하염없이 걷는다고 한다.
-본문 <샤런, 금방 끝날 거야> 중에서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행복의 지혜를 터득했다면 행복을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성공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10퍼센트만이라도 행복에 쏟아보라.
행복을 위한 지혜는 스물여덟 명의 천사들이 이미 마련해두었다. 이제 인간에게는 스스로 상자를 열고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그 일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행복의 상자와 열쇠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으니까.
-본문 <에필로그> 중에서

 

■ 지은이

배연국

이번 생은 처음이다. 열 살 먹은 아이도, 백 살 먹은 할머니도 오늘 삶은 처음이다. 미리 연습할 수 없고 실수했다고 해서 다시 살아볼 방법도 없다. 삶이 어렵고 힘든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 삶에서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야 한다. 그때 필요한 비장의 무기가 절대 긍정이다. “오늘은 무슨 날이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야.” 곰돌이 푸가 스스로 묻고 대답한 것처럼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무장해야 한다.
이런 단단한 희망을 안고 매일 아침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전국에 ‘소확행’ 강연을 하면서 사람들과 행복을 교감한다. 검색보다 사색을 좋아하고 꽃과 나무와 하늘과 물방울을 사랑한다.
글쟁이로 언론사에 30년째 몸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두 번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확행》, 《사랑의 온도》, 《거인의 어깨를 빌려라》, 《어린이를 참부자로 만드는 돈 이야기》 등이 있다.

 

■ 목차

prologue - 신도 고민이 많다

첫 번째 상자 - 태도 Attitude

01 빨리 줘요, 내 돈! 단델레온
02 호사보다 무사가 낫다 레푸스
03 돌멩이를 끓이는 법 로투스
04 반지꽃과 오랑캐꽃 바이올라
05 두 마리 개를 조심하세요 데네브
06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마라 아푸스
07 기쁨을 발견하는 능력 시카모어


두 번째 상자 - 존재 Being

01 우주가 거하는 당신에게 경배합니다 스피카
02 너 자신이 되어라 드라코
03 What, How, 그리고 Why 크럭스
04 나도 왕이다! 시리우스
05 당신도 사업가입니다 데메테르
06 발바닥에 고마움은 표했소? 카펠라
07 수도원을 탈출한 수도사 에리다누스


세 번째 상자 - 좋은 접촉 Contact

01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 리브라
02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폴라리스
03 스마트폰을 충전하듯이 아딜
04 말이 다리를 저는 까닭 카스토르
05 고마리도 낯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데니아
06 언어의 집을 짓다 알키바
07 나무를 끌어안은 인디언 파이시스


네 번째 상자 - 내려놓기 Disburdening

01 아침은 드셨나요? 라이라
02 아직도 여인을 업고 있는가 델피누스
03 샤런, 금방 끝날 거야 레오
04 대체 누가 주인이오? 부테스
05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리겔
06 시간의 주인과 시간의 종 헤르메스
07 허리 좀 펴고 삽시다 카노푸스

epilogue - 행복은 동사다
작가의 말 - 돌을 가슴에 안는 까닭

 

30년 경험을 담은 리얼 외교 현장 교섭의 기술

운을 부르는 외교관


이원우 지음 | 판형 149×214 |면수 272면,
분야 자기계발 | 발행일 2019년 11월 21일
ISBN 979-11-86578-80-3 13340 | 값 15,000원


■ 이 책은…

“운이 좋은 사람은 뭔가 다르다.
운도 가만히 있으면 오지 않는다.
운은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다.
스스로 행동함으로써 얻어진다.”

지금까지 현장 교섭의 실제 경험을 다룬 책은 없었다

아무리 좋은 칼이라도 칼집에서 빼서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빼서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교섭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교섭이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서로 의논하고 절충하는 관계의 기술을 총칭한다. 교섭의 기술을 다룬 책을 많이 읽는다고 교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리더들의 교섭 원칙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직접 발로 뛰고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교섭력을 개발·확장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1988년 제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31년 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이원우의 󰡔운을 부르는 외교관󰡕은 미국, 영국, 러시아 등지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외교적 사례를 중심으로 교섭의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외교관이 되기 전 글로벌 기업인 한국IBM에 입사해 3년 반을 근무하면서 배웠던 LSP(Logical Selling Process)라는 교섭기술로 외교 현장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생생히 담아내고 있어 교섭에 대한 기술은 물론 우리나라 외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동해병기의 기회는 누가 어떻게 날려버렸는가, 한러비자면제협정은 어떻게 진행되었고 고위공직자 외유감시 프로그램은 왜 폐기되었는지 등 이 책에 소개된 36개의 외교 에피소드는 현장 교섭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다윗의 짱돌과 교섭의 기술 그리고 ‘놀부의 비극’들

저자는 교섭의 기술을 ‘다윗의 짱돌’에 비유한다. 다윗이 맨손으로 골리앗과 싸웠다면 치명상을 입고 질 수밖에 없겠지만, ‘짱돌’이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골리앗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이처럼 자신도 LSP라는 교섭의 기술을 각각의 상황에 맞게 무기처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치열한 외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논리적인 판매과정’(Logical Selling Process)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LSP는 감정보다는 논리를 중요시하는 교섭방법이다. 쉽게 말해 LSP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기술’이며, 나의 패보다는 남의 패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자기 패는 남에게 읽히지 않도록 하는 포커의 기본 원칙과 상통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LSP의 교섭과정은 1)인사(Greetings), 2)친밀감표시(라뽀, Rapport), 3)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4)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사항 종합, 5)반론 대응(Objection Handling), 6)끝인사 및 차기 면담 약속 등의 단계로 구성된 인간과계의 원칙이자 협상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과 흐름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강조해야 할 사항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곳에서 성공한 방법을 다른 곳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경험적 판단이다.
협상과 교섭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실패하게 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우연한 방법으로 한번 성공할 경우 그 방법을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뀐 뒤에도 똑같이 적용하려는 본성이 있어 결국 실패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놀부의 비극’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한다. 흥부의 성공을 목도한 놀부가 자신도 부자가 되기 위해 흥부처럼 제비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은 환경의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는 오판의 일종으로서, 이런 현상은 지금도 빈번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우연히 사게 된 주식이 가격이 폭등하면서 큰 이익을 본 사람을 보고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은행에서 거금을 빌려 같은 주식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본전을 다 날린 것은 물론 엄청난 빚을 지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현대판 놀부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교섭 방법을 사용하다가 큰 실패를 겪게 되는 역사적 사례를 이 책의 1장 ‘조심해야 할 놀부의 비극’에서 다양하게 제시한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같은 전술을 구사하다가 로마의 스키피오에게 대패를 당한 사례, 선조와 원균이 이순신의 전술을 흉내 내어 함대를 이끌고 부산까지 가서 왜군 함선들을 섬멸시키려다 전멸당한 사례, 기량이 뛰어나고 평소 실패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 항우가 천자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역사의 조연이 된 사례 등을 통해 ‘놀부의 비극’ 패러다임을 심층적으로 설명하는 내용들은 LSP라는 교섭기술이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유용한 교섭의 원칙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놓쳐 버린 동해 병기의 기회

이 책의 2장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다’, 3장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4장 ‘논리적으로 대응하라’, 5장 ‘러시아를 재조명하다’에 소개된 36개의 외교 에피소드는 단순한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LSP의 6단계 과정을 체험으로 녹여낸 현장 교섭기술의 사례들이다.
이중 놓쳐 버린 동해 병기의 기회, 외규장각 의궤 반환교섭에 대한 에피소드는 교섭의 기술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실익이 어떻게 좌우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교섭의 주체인 외교공무원들이 현장 교섭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국가에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 병기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는 문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입장이 엇갈리는 첨예한 외교 현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 입장은 동해를 단독 표기해야 하는 것이지만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는 것이다. 이에 맞선 일본은 ‘일본해’ 표기만을 유일하게 고수하고 있다.
저자가 2000년 주미대사관 경제과에서 1등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때 서울대학교의 모교수가 미국지명위원회 산하기관인 외국지명위원회에 동해병기의 필요성을 설명하러 왔고, 이때 저자는 외교관으로서는 최초로 지명위원회에 옵서버로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명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준비를 하기위해 미국지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미국 국무부의 간부를 만나 면담을 한 저자는 미국지명위원회가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와 면담을 했던 국무부 간부는 미국지명위원회가 반대한 사항은 ‘동해/일본해’, 즉 슬래시(/) 형식의 병기이지 ‘일본해(동해)’, 즉 괄호 형식의 병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유용한 정보를 저자에게 알려준다.
이 사실을 안 저자는 위원회에서 발언권을 얻어 과거 일본이 한국을 침탈한 역사와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한 사례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동해병기의 역사적 정당성을 피력했고, 저자의 연설에 동감한 CIA와 국무부 대표로부터 CIA 지도와 국무부 지도에 동해를 병기해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매년 발간되는 CIA 지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지도로서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정부지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실정을 감안한다면 CIA 지도에 동해가 병기되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당연히 미 국무부에 미국 정부 지도에 동해병기를 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생겼다. 하지만 이후 우리 대사관 간부들의 이해할 수 없는 후속 업무처리로 동해병기 문제는 흐지부지 무산되어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교섭에서의 성공은 운인가 실력인가? 발로 뛰는 모습으로 운을 부르다

저자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교관으로 지내오면서 여러 번 위기 상황에 처했고 그때마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운은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다. 󰡔운을 부르는 외교관󰡕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피하지 않고 부딪혔던 저자의 적극성과 골리앗을 쓰러뜨린 짱돌과 같은 교섭의 기술로 위기를 극복하고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외교관이 되려는 이들은 물론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지혜를 전한다.
그에 대해 저자는 “외교 현장이나 생활에서 내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사건들이 되풀이 되지는 않겠지만 누구라도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특히 이것은 이론 수업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 경험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라고 말한다.
외교관이라는 업무가 보고서를 잘 작성하고 윗사람을 잘 보필한다고 유능한 것이 아니다. 국내든 국외에서든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재산을 국가가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마다않고 옷 벗을 각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재외국민들이 제정하여 수여하는 ‘발로 뛰는 영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책 속으로

이런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니발과 프랑스의 경우에는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에 자신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 준 방법에 집착하여 대패大敗를 하게 되었다. 이 경우에는 흥부와 놀부가 동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의 경우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흥부가 한산도에서 거둔 대단한 승리를 본 선조와 원균이라는 놀부가 흥부의 전술을 흉내 내어 대함대를 이끌고 부산까지 가서 왜군 함선들을 섬멸시키려다 오히려 가는 동안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던 적군에 의해 전멸당한 사례인 것이다.
-55쪽 <조심해야 할 ‘놀부의 비극’> 중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교섭의 기술’은 우리 주위에 있는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은 상태로 유지시키면서도 만약 일이 잘못되어 위기 상황에 봉착하게 되더라도 현장에서 즉시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LSP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약자에게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천 냥을 빌린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63쪽 <‘교섭의 기술’로 승부하라> 중에서


라뽀는 상대방이 호의적인 태도로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사전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이 교섭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 저녁 주재관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반론, 즉 반론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들도 기존의 반대 입장을 번복할 확실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부처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러 비자면제협정 추진과정의 사례는 큰 영향력을 가진 주재관들을 설득하는 데 라뽀는 물론 반론대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109~110쪽 <한­러 비자면제협정 관련 국내부처 설득> 중에서

외교부 본부에서 1년 반 동안 IVI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은 끝없는 절망감이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예산당국으로부터도 버림받았던 IVI는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해야 했지만 이는 누구의 눈에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했던 미국인 독지가에게 호소하는 방법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인은 인도주의적 사업에 호의적일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된 것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보라는 교섭기술의 원칙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129쪽 <국제백신연구소 살리기> 중에서

외교현장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것을 늘 실천해야 하고 경험하게 된다. 상대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대화하는 것이 다. 두 번째는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얘기하는 것이다.
-146쪽 <국회의원 보좌관 설득> 중에서

D의 말처럼 미국 정부에서 발간하는 세계지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CIA 지도를 지칭하는 것인 만큼 여기에 동해가 병기된다면 미국 정부에서 동해를 병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미국지명위원회에서 ‘( )’ 괄호 병기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것도 상당한 수확을 거둔 것이라 생각되었다.
-160쪽 <놓쳐 버린 동해 병기의 기회> 중에서

프랑스가 외규장각 서적 5,000여 권을 불 태웠던 것을 를 통해 공개적으로 방송한 것은 그동안 문화선진국인 프랑스가 인류의 공동유산인 《외규장각 의궤》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논리에 대한 효과적인 반론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177쪽 <외규장각 의궤 반환교섭의 전환점>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출장정보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지지는 반대여론을 일거에 잠재웠다. 얼마 뒤 우리 외교부의 L 차관은 국무회의에서 해외출장정보 사이트에 대하여 브리핑하였고 외교부 대변인실에는 사이트 운영팀이 신설되었다. 그렇게 해서 외교부 내에서도 철없는 사업, 무모한 사업으로 치부되어 폐기 일보 직전이었던 해외출장정보 사이트는 노무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가장 성공적인 혁신 사례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
-187쪽 <고위공직자 외유감시 프로그램> 중에서


■ 지은이

이원우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 IBM에서 3년 반 일했다. 1988년 제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31년 간 외교관으로 활동하였다. 1992년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을 개설한 뒤 주미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였다. 외교부 정보화담당관과 구주1과장을 역임한 후 주영국대사관과 주러시아대사관에서 총영사로 재직하였다. 1991년 모스크바 외교아카데미에서 러시아어를 연수한 최초의 한국 외교관으로서 2012년 재외동포신문으로부터 ‘발로 뛰는 영사상’을 수상하였다.


■ 목차


프롤로그


운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1장 교섭의 현장, 외교관으로 서다

01 대학에서 진로를 생각하다
02 늦깎이로 외교관이 되다
03 이상한 공무원 사회
04 혼자만의 당당한 저항
05 조심해야 할 ‘놀부의 비극’
06 ‘교섭의 기술’로 승부하라


운을 부르는 교섭의 기술1
2장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다

EPISODE 01 | 열심히 들어주라 - 영국 한인사회의 기피 인물
EPISODE 02 | 약자를 우선 고려하라 - 영국한인회 분쟁 중재
EPISODE 03 | 먼저 상대를 칭찬하라 - 영국 국경청 책임자 면담
EPISODE 04 | 관심사를 파악하라 - 대한항공 승무원 비자 문제 해결
EPISODE 05 | 자부심을 부추겨라 - 러시아 아파트 임대 재계약
EPISODE 06 | 인맥을 활용하라 - 한­러 비자면제협정 관련 국내부처 설득


운을 부르는 교섭의 기술2
3장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EPISODE 01 |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라 - 러시아에서 한국인 사업가 살해범 검거
EPISODE 02 |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 국제백신연구소 살리기
EPISODE 03 |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라 - 최우수 홈페이지의 구멍
EPISODE 04 | 혈처를 찔러라 - 광주노벨평화상정상회의 예산 지원
EPISODE 05 | 때로는 정면 돌파하라 - 활빈단 회장과의 면담
EPISODE 06 | 눈높이에서 말하라 - 국회의원 보좌관 설득


운을 부르는 교섭의 기술3
4장 논리적으로 대응하라

EPISODE 01 |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라 - 놓쳐 버린 동해 병기의 기회
EPISODE 02 | 상황을 피하지 마라 - 외규장각 의궤 반환교섭의 전환점
EPISODE 03 | 옳은 일은 과감히 도전하라 - 고위공직자 외유감시 프로그램
EPISODE 04 | 반박 논리로 접근하라 - 난타 공연팀의 영국 입국 불허
EPISODE 05 | 순발력이야말로 최고의 무기다 - KBS 모스크바 특파원 구하기
EPISODE 06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모스크바 한국학교의 폐교 위기 극복


운이 좋은 사람은 다르다
5장 러시아를 재조명하다

EPISODE 01 | 모스크바의 풍경 - 구소련 붕괴 후 불어온 변화
EPISODE 02 | 외교행랑의 비밀 -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창설 해프닝
EPISODE 03 | 남북 총영사관 노래자랑 - 나호트카 남북 동포 구정잔치
EPISODE 04 | 민족적 정서가 비슷한 러시아 - 구소련 공산 치하의 억눌린 삶
EPISODE 05 | 저승의 문턱에서 구한 북한 동포 - 다사다난했던 러시아 외교현장
EPISODE 06 | 러시아에 잠든 항일투사 - 다시 보는 러시아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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